블라인드 결혼생활 게시판에 조회수 7천 8백, 댓글 100개 달린 글이 올라왔음.
1. 「아내와는 룸메이트처럼 지내고 있음」

새벽에 잠이 깨서 차 한 잔 타놓고 쓴 글이라고 시작함.
평일엔 치열하게 일하고 퇴근 후에도 성실하게 산다고 함. 책임의 무게를 모르는 것도 아니라고 적었음.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아내와는 감정적인 교류가 멈춘 지 오래되어 각자의 역할만 해내는 룸메이트처럼 지내고 있고.
큰 갈등이 있는 건 아닌데 마음 한구석이 늘 비어 있다고 함.
운동도 달리기도 책도 붙잡아 봤지만 혼자만의 취미로는 안 되는 영역이 있는 것 같다고 적었음.
글은 「40대 형들은 이 갈증을 보통 어떻게 보내냐」는 질문으로 끝남.
새벽 세 시에 익명 게시판에 이런 걸 쓴다는 것 자체가 이미 답인 것 같았음.
2. 댓글 1등은 「자식 보고 살아야지」

공감 30개로 맨 위에 올라온 댓글이 이거였음.
자식 보고 살아야지. 인생의 사이클이 원래 그런 것임.
배우자와 불타오를 때는 짝을 찾을 때이고, 그 뒤로는 자식을 같이 키우는 동지의 의미로 바뀜.
글쓴이는 이렇게 답했음.
내 젊음이 흘러 너에게로 갔구나. 이말이 와닿긴 하더라.
그러면서도 「자녀가 클수록 난 점점 필요없게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음.
3. 만족한다고 답하는 쪽도, 말할 데가 없는 쪽도 남자임
2024년 통계청 사회조사에서 배우자와의 관계에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은 남자가 80.5%로,
여자보다 9.8%p 높았음. 숫자만 보면 남자들이 결혼생활에 더 만족하는 것처럼 보임.
근데 성평등가족부 「2026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을 보면 결이 좀 달라짐.
낙심하거나 우울할 때 이야기할 상대가 없다는 응답이 남성 24.6%, 여성 17.8%로 남성 쪽이 더 높았음.
국회미래연구원 분석에서는 40~59세 중 가족과 함께 사는 사람도 38.4%가 외로움을 느낀다고 나왔음.
만족도 조사에선 만족한다고 체크하면서, 정작 속 얘기 꺼낼 데는 없는 거임.
원글도 딱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음. 불만이 있어서 쓴 글이 아니라 말할 데가 없어서 쓴 글이었음.
그래서 「자식 보고 살아라」는 따뜻하긴 한데 물어본 것에 대한 답은 아니었다고 봄.
저 사람이 궁금했던 건 다들 이걸 어떻게 견디냐는 거였을 텐데 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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