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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하고 연봉이 올라도 대출 이자는 그대로입니다, 금리인하요구권은 내가 말해야 움직입니다.

대출을 받은 뒤 연봉이 오르고 신용점수가 올라도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이자는 그대로다. 은행이 내 사정이 나아진 것을 알아서 반영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자를 낮추려면 대출받은 사람이 먼저 말을 꺼내야 한다.

은행창구, 제도, 관공서

은행에 “낮춰 달라”고 할 수 있는 권리

은행법 제30조의2는 은행과 대출 계약을 맺은 사람이 “재산 증가나 신용등급 또는 개인신용평점 상승 등 신용상태 개선이 나타났다고 인정되는 경우”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 조항은 2018년 12월에 새로 들어왔다. 그전에도 은행마다 비슷한 제도를 두고 있었지만, 법에 권리로 적힌 것은 그때부터다.

시행령 제18조의4는 개인이 쓸 수 있는 사유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적는다.

누가 요구할 수 있는 사유
개인 취업, 승진, 재산 증가, 개인신용평점 상승 등
개인사업자·법인 재무상태 개선, 신용등급·신용평점 상승 등

여기서 눈여겨볼 낱말은 취업과 승진이다. 신용점수가 숫자로 오르지 않았더라도 소득이 달라진 사건 자체가 요구 사유로 적혀 있다.

은행이 지켜야 하는 것

요구를 받은 은행은 10영업일 안에 받아들일지와 그 이유를 전화, 문자, 서면, 전자우편 등으로 알려야 한다(시행령 제18조의4 제3항). 자료 보완을 요구한 날부터 제출한 날까지는 이 기간에서 빠진다.

대출 계약을 맺을 때 이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는 것도 은행의 의무다(법 제30조의2 제2항). 알리지 않은 은행에는 2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붙는다.

그런데 법이 보장하는 것은 “요구할 권리”이지 “낮춰 받을 권리”가 아니다.

시행령 제18조의4 제2항은 은행이 수용 여부를 판단할 때 “신용상태의 개선이 금리 산정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적는다. 애초에 신용점수와 상관없이 금리가 정해진 상품이라면, 연봉이 올라도 낮춰 줄 근거가 약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0.5%p가 한 집에 얼마인가

이 제도가 얼마짜리인지는 대출 잔액에 달려 있다. 가령 신용대출 5,000만원의 금리가 연 5.0%에서 4.5%로 내려갔다고 해 보자. 차이는 0.5%p이고, 5,000만원 × 0.5% = 연 25만원, 한 달로는 약 2만 800원이다.

신용대출 5,000만원, 금리 0.5%p 낮추면

주택담보대출 3억원에서 0.3%p만 내려가도 3억원 × 0.3% = 연 90만원, 한 달 7만 5,000원이다. 금리 폭은 더 작아도 잔액이 크면 돈은 더 커진다.

calculator, receipts, coffee

여기서 자주 섞이는 것이 %와 %p다. “금리를 10% 깎았다”는 말이 5%를 4.5%로 만든 것이라면 내려간 폭은 0.5%p다. 5%에서 10%p가 내려갔다는 뜻이 아니다. 은행 안내문과 광고에서 어느 쪽 숫자를 쓰는지 따로 봐야 한다.

이자를 아끼는 가장 싼 방법은 대출을 갈아타는 것이 아니라, 같은 은행에 한 번 더 묻는 것일 수 있다.

갈아타기에는 중도상환수수료와 새 대출 심사가 따라붙는다. 금리인하 요구는 거절돼도 잃는 돈이 없다.

누구에게 쓸모가 있나

이 제도가 크게 쓸모 있는 쪽은 대출 뒤에 형편이 눈에 띄게 달라진 사람이다. 사회초년생 때 받은 신용대출이 있는데 정규직이 됐거나, 승진으로 소득이 뛰었거나, 연체 기록이 정리돼 신용점수가 오른 경우다.

반대로 대출 당시와 소득·신용이 거의 같다면 요구해도 받아들여질 이유가 적다. 그리고 거절 사유가 “금리 산정에 영향이 없다”라면, 그 대출은 애초에 내 신용과 다른 기준으로 금리가 매겨졌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이 글이 답하지 못하는 것

은행별 금리인하 요구 수용률과 실제로 내려간 평균 폭은 확인하지 못했다. 정책금융 상품, 고정금리 대출, 보증부 대출에서 이 권리가 어떻게 다뤄지는지도 상품마다 달라 이 글에서 단정하지 않았다. 저축은행·카드사·보험사 대출은 각 업권의 법령을 따로 봐야 한다.

내가 보기에 판단 기준은 단순하다. 대출을 받은 뒤 소득이나 신용점수가 바뀐 일이 하나라도 있었다면, 그 은행 앱이나 창구에서 한 번은 요구해 볼 일이다. 거절당해도 이유는 10영업일 안에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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