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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은 올랐는데, 내 통장은 왜 그대로일까

최저임금이 올랐다는 소식은 해마다 나온다.
그런데 통장에 찍히는 숫자는 생각만큼 달라지지 않는다.

나는 이럴 때 올랐다는 금액과
실제로 손에 남는 금액 사이에
무엇이 끼어 있는지를 먼저 본다.

책상 위 급여명세서와 계산기

시급이 월급이 되기까지

2026년 최저시급은 10,320원이다.
2025년 10,030원에서 290원이 올랐다.

290원은 작아 보인다.
그런데 한 달로 바꾸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주 40시간을 일하면 월 환산 기준 시간은 209시간이다.
주휴시간까지 포함한 숫자다.

구분 계산 금액
월 환산액 10,320원 × 209시간 2,156,880원
주휴수당 몫 10,320원 × 35시간 361,200원
작년 대비 증가 290원 × 209시간 60,610원

한 달에 6만원쯤 늘어난 셈이다.

시급이 월급이 되기까지

올랐다는 말과
늘었다는 느낌 사이에는
늘 거리가 있다.

209시간이라는 숫자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209라는 숫자다.

실제로 일하는 시간은 한 달에 174시간쯤이다.
나머지 35시간은 일하지 않고 받는 주휴시간이다.

주 15시간 이상 일하고 약속한 날을 다 채우면
하루치 임금을 더 받는다. 주휴수당이다.

주휴수당은 월급의 17%쯤을 차지한다.

그래서 주휴수당이 빠지는 조건으로 일하면
같은 시급이어도 월급이 36만원 가까이 줄어든다.
시급만 보고 일자리를 고르면 이 차이가 안 보인다.

시급은 같아도
조건이 다르면 월급은 달라진다.

2024년부터 달라진 계산

체감이 안 되는 이유 가운데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최저임금을 지켰는지 따질 때 무엇을 임금으로 세느냐가 바뀌었다.

예전에는 기본급 위주로 봤다.
상여금과 식대·교통비는 상당 부분 빼고 계산했다.

그런데 2018년에 법이 바뀌면서
빼 주는 비율이 해마다 줄었다.

연도 상여금 제외 비율 복리후생비 제외 비율
2020년 20% 5%
2022년 10% 2%
2024년부터 0% 0%

2024년부터는 상여금과 식대가 최저임금 계산에 전액 들어간다.

2024년부터 최저임금에 들어가는 비율

이것이 뜻하는 바는 분명하다.
식대를 받고 있다면, 그 식대도 최저임금을 맞추는 데 쓰인다.

가령 기본급 200만원에 식대 20만원을 받는 사람을 생각해 보자.
기본급만 보면 월 환산 기준 2,156,880원에 못 미친다.
그런데 식대까지 합치면 220만원이 되어 기준을 넘는다.

그래서 최저임금이 올라도
기본급은 그대로 두고 수당 구성만 바꾸는 경우가 생긴다.
총액은 법을 지키는데, 체감은 달라지지 않는다.

수습이라면 또 다르다

처음 들어간 회사라면 확인할 것이 하나 더 있다.

1년 이상 계약을 맺고 수습 중인 사람은
수습을 시작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한해
최저임금보다 낮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조건이 붙는다.

  • 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이어야 한다
  • 3개월까지만 가능하다
  • 고용노동부가 정한 단순노무 직종은 제외된다

계약이 1년 미만이거나 단순노무 직종이면
수습이어도 감액할 수 없다.

오른 돈이 어디로 가는가

여기까지 통과해도 전액이 통장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월 215만원을 기준으로 보면
국민연금으로 약 9만 7천원,
고용보험으로 약 1만 9천원이 먼저 빠진다.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도 따로 있다.

여기에 물가가 더해진다.
2.9%가 오르는 동안 생활비가 그만큼 또는 그 이상 올랐다면
늘어난 돈은 통장이 아니라 장바구니에서 사라진다.

이 계산이 최저임금 인상에 뜻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오른 금액과 체감하는 금액이 다른 이유는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무엇을 보면 되나

나는 급여명세서를 볼 때 세 가지를 확인하고 싶다.

  • 월급에 주휴수당이 포함돼 있는가.
  • 기본급과 수당이 어떻게 나뉘어 있는가. 식대가 따로 있는가.
  • 세전 금액과 실수령액의 차이가 얼마인가.

최저임금이 올랐다는 뉴스를 본 달에는
기본급이 함께 올랐는지, 수당 구성만 바뀌었는지를 보면 된다.
둘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중요한 것은 총액이 아니라, 그 총액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다.

이번 달 급여명세서를 꺼내
시급, 209시간, 기본급, 식대, 공제 항목을 한 번 맞춰 보기를 권한다.
숫자가 설명되지 않는 칸이 있다면 거기서부터 물어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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